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명진소식

  • HOME
  • 우리들의 이야기
  • 명진소식
2026.07.01 - 문학산책 ( 단테와 니체의 등산 철학 )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6-07-01 16:38:58
  • 조회수 129

 

[ 문학산책 ]

 

제 목 단테와 니체의 등산 철학

기 고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인간은 이상한 동물이다. 산꼭대기를 무척 좋아한다. 인간은 대단히 경제적인 동물이라 이득이 없는 데엔 눈길 한번 주지 않지만, 유독 먹을거리 없는 산꼭대기에는 기를 쓰고 올라가려 한다. 등산이란 팔다리, 심지어 생명을 잃기도 하는 고통스러운 노역인 경우도 많고, 건강을 위해서라면 산행을 대처할 쾌적한 운동도 많은데 말이다.

 

산정의 제천단(祭天壇)에서 이루어지는 고대로부터의 제례 의식이 알려주듯, 산은 신성함을 지니고 있다. 이 신성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성함을 훼손하는 산 아래의 모든 정신적·도덕적 오염물을 버려야 하며, 이 과정은 적지 않은 인내 역시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산정에 도달한다는 것은 그저 물리적 성취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성취이기도 한 것이다. 등산의 명인들이 찬양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등산이 영혼의 성취이기에 등산을 통해 예술이라는 정신적 세계로의 입장도 허용된다. 등산과 하이킹 체험에서 얻은 자연의 진실을 담아낸 말러의 ‘3번 교향곡이나, 동트기 전 시작돼 저녁에야 하산까지 완결된 산행을 기록한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잘 알려주듯 말이다.

 

그런데 등산이 정신적 성취라면, 등산은 그야말로 정신적 성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철학 안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철학에서 정신의 활동은 등산을 하며 이루어지기도 한다. 유신론적 산악인인 단테와 무신론적 산악인인 니체의 작품에서 우리는 등산과 사상의 성취가 겹쳐진 모습을 본다.

 

등산에 관한 가장 종교적인 시를 꼽자면 단테의 신곡일 것이고, 가장 무신론적인 시를 꼽자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일 것이다. 상반돼 보이는 이 두 작품은 등산이라는 공통의 취향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있다. 니체의 등산은 저도 모르게 수 세기 전 단테의 등산을 본받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연옥·천국을 순례하는데, 이는 물리적인 세계, 즉 지구와 태양계 여행 그 자체이다. 다시 말해 지옥 여행은 지하 세계 탐험, 연옥 여행은 등산’, 천국 여행은 야매 보이저 2호처럼 행성들을 순례하는 우주여행이다. 여기엔 바다 여행만 빠져있는데, 토끼가 이미 별주부전을 통해 맛본 바다 여행은 19세기에 이르러 쥘 베른의 해저 20만리를 통해 달성된다.

 

신곡연옥편에서 단테는 죄를 씻기 위한 산, ‘정죄산에 오른다. 망명객으로 이탈리아 북부를 떠돌아다닌 단테는 알프스를 등산해본 적이 있었을까? 그리고 혹시 그 등산의 경험이 연옥에 투영되었다면? ‘연옥편은 산행이 오늘날처럼 스포츠로서 보편화 되지 않은 13세기 쓰인, 너무나도 사실적인 등산의 기록이다. “내 뒤에 착 붙어 산으로 오르기만 하라.”(한형곤 역) 이렇게 단테의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셰르파 역할을 하지만 산은 너무도 험하다. “꼭대기는 너무 높아 시야가 닿지 못했고/ 비탈은 상한의 중앙에서 중심에/ 이르는 선보다 훨씬 더 가팔랐다.” 그래서 이렇게 묻기도 한다. “혹시 길이 여럿이면 덜 험준한 길을 가르쳐다오.” 이런 등산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밤에는 할 수 없다. 야영해야 한다. 등산에 동행한 연옥의 한 영혼이 말한다. “보다시피 날이 이미 기울었고,/ 밤엔 올라갈 수 없는 일이기에,/ 즐겁게 묵었다 갈 생각을 하는 게 좋으리오.” 지리산에서처럼 밤을 피할 산악인의 쉼터가 필요하다

 

등산은 죄를 씻기 위한 과정이고 그 과정을 다 거치면 정상에 있는 지상낙원에 오를 수 있다. 낙원의 입장을 희구하는 산악인은 등산을 통해 속세의 먼지를 털어낸다.

 

이런 등산은 이후 니체에게 고스란히 계승된다. 니체의 인물 차라투스트라의 정체 자체가 등산가라 해도 좋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산과 산등성이와 산봉우리를 올랐던가 () 나는 방랑자요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 , 내 가장 험난한 길을 나는 올라야만 한다!”(백승영 역) 단테가 연옥의 산 정상에 있는 낙원을 향해 등산하듯 차라투스트라도 구원을 찾아 산정을 향해 등산한다. “사람은 산 위에서 살아야 한다. 나는 축복받은 코로 다시 산의 자유를 호흡한다! 마침내 내 코는 모든 인간 존재가 내뿜는 악취에서 구원받은 것이다.” 

 

등산이라는 신체의 활동에는 중력을 이기는 체력뿐 아니라, 위와 아래라는 방향에 대한 감각, 높이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단테와 니체가 보여주듯 정신의 활동 역시 위를 향하는 방향감을 따라 길을 찾고, 높이에 대한 감각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신체의 활동과 일치하는 것이다

 

등산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다. 그리고 생각을 하는 일, 즉 사상을 펼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생각의 등산이 있다. 몸의 등산과 똑같이 높은 방향을 향해 이루어진다.



 

목록





이전글 2026.06.24 - 문학산책 ( 달콤쌉쌀한 맛 )
다음글 2026.07.08 - 문학산책 ( 미다스의 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