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산책 ]
제 목 – 마음읽기 – 휴휴(休休)에 대하여
기 고 – 문태준 시인
텃밭 가에 심은 석류나무에 꽃이 피었다. 이웃이 준 어린 묘목을 심었는데 키가 꽤 커졌고, 올해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 다홍빛 여럿 피었는데 꽃의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꽃이 피면 지기 마련이지만 금방 질 것 같지 않고 시월의 붉은 석류 낱알처럼 단단한 인상을 준다.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모종을 심었는데 올해는 성장이 더디고 또 대개는 살리지 못해서 오일장에 가서 모종을 새로 사서 심었다. 방울토마토며 오이 모종 등을 파는 가게 주인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모종을 다시 사 갔다고 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서 모종이 적응을 못 한 탓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아침 저녁 기온이 제법 쌀쌀했다. 작년에는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일이었다.
정원과 밭의 일은 바빠지고 있었다. 풀을 뽑는 일에 몸과 마음이 쏠리고 있다. 어제오늘에는 풀을 뽑고 있으니 옷이 땀에 젖고 풀 모기가 물어서 보통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나마 전원에는 온갖 꽃이 피어 색채가 화려하고 향내가 연신 흐르니 즐거움이 많았다. 특히 요 며칠 뀰꽃이 피어서 귤나무 아래서 풀을 뽑고 있노라면 은은한 향기가 일품이었다. 귤꽃 향기를 어떤 오목한 용기에 담을 수만 있다면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보내주고 싶었다. 풀을 뽑는 일이 주는 제일의 이익은 잡념이 덜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잔걱정이 많은 나로서는 그나마 이 일로 인해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처분하게 유지하는 덕을 보고 있다.
휴휴선(休休善)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펼쳐 읽는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틈이 있을 때마다, 들여다보고 있다. 휴휴(休休)는 쉬고 또 쉰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쉬는가, 망념을 쉰다는 것이다. 욕망과 집착 감각적 쾌락, 분별하는 마음, 불안과 기대 등으로부터 홀가분하게 벗어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짐을 지고 있는, 아무개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이니 그 짐을 가만히 내려놓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는 것을 책에서는 강조했다.
우리는 살면서 평안을 바란다. 걱정이나 탈이 없이 무사히 잘 있길 서원한다. 종교적인 기도의 내용도 대개는 이러하다. 어제는 작약의 꽃이 더 피어 있도록 꽃대를 지지대로 받쳐주었다. 작약의 꽃들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나를 꽃으로 여겨 얼마나 보살폈는가, 이 화창한 계절에 핀 꽃이 되도록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꽃이 되도록 얼마나 보호했는가.
나는 망념의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꽃이 아니었을까, 헐떡이는 마음을 내려놓는 마음을 쉬고 쉬는 휴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